첫 번째 치료 모임을 갖고 난 후 나는 이 모임에 참석하는 자체가 내게 큰 도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낯선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오픈한다는 것이 치료를 위해 왔음에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두려웠다. 이 모임에서조차 잘하고 싶은 마음과 어떻게 자신을 오픈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있었음에도 그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잘하려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껏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내보이도록 권유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보다 힘이 되었다. 내 마음의 상황이 이해받는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또 생각해보니 이렇게 낯설고 불편한 자리 자체가 내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 모임에 충실히 참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실제로 모임을 모두 마친 후 이 과정을 이겨낸 뿌듯함이 내게는 가장 큰 보람으로 느껴진다.

그동안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 후 내 모습을 한 번도 객관적으로 점검해본 적이 없다. 그 상황을 다시 생각하기도 힘들어했다. 그냥 일을 망쳤다는 자책감과 속상함으로 그 순간을 부끄러워하며 지워버리려고만 했었다. 이 치료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발표하는 내 모습을 대면하게 되었다. 부족한 모습이라 여기며 상상하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실제 대면하여 보니 생각보다 최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치료 과정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 대면해볼 수 없었던 순간일 것이다. 긴장하고 떠는 모습은 맞지만 그래도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만으로도 나로서는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대면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다른 분들이 해준 평가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늘 혼자서만 해오던 것이었기에 내가 그리 이상하고 부족해 보이지도, 긴장한 내 모습이 남을 그리 힘들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피드백은 내가 스스로를 괴롭혀온 근거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해주었다.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해주시는 선생님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포기하지 말고 이 과정을 마쳐보자고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었다. 내가 사랑의 돌봄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이 모임을 신뢰하고 따라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남들의 주목이 불편하고 그래서 여전히 긴장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나를 전만큼 가혹하게 평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남의 인정과 평가라는 잣대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나를 인정하고 기특해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나아가보고 싶다.

 -33기 참가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