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사회불안장애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증상이 심한 편이어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어요. 전화공포증도 심해서 간단한 배달주문도 못했고 꼭 전화를 걸어야만 하는 상황에선 늘 할 말을 미리 메모하고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특히나 제일 괴로웠던 증상이 시선공포였는데 길거리를 지날 때나 지하철, 버스를 탈 때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서 늘 고개를 숙이고 다니곤 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니니 항상 밖에 나갔다오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고 지쳐서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해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눈마주침은 거의 불가능해서 카페, 식당, 옷가게의 점원이나 은행원을 대할 때도 얼굴을 보지 않고 얘기를 해왔고,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대할 때는 시선이 많이 불편하진 않았지만 눈치를 과도하게 보고 날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과 행동을 늘 조심하고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주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너무 피곤했고 제게 남아있는 에너지가 바닥이 나 신체적인 병까지 얻을 정도로 심해졌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는 심정으로 고려대 사회불안 상담센터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짐은 했어도 막상 치료를 앞두었을 때 처음에는 너무 불안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회기가 지날수록 불안이 줄어들었고 정말로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회기가 끝난 지금 생각해보면 언제 그런 고민과 생각들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의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나도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풍경도 볼 수 있고 사람구경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전화통화도 불안하지 않은 일이 되었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는 게 더 이상 피하고 싶은 상황이 아닌 즐거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치료를 하는 동안 저의 삶의 질은 분명히 향상되었고, 지금도 하루하루 향상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불안을 느끼던 일상의 많은 부분이 편해졌고 여기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과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어떻게든 혼자서 고쳐보려고 심리학책도 많이 읽어보고 노력해도 늘 제자리걸음이었기 때문에 인지치료를 시작하기 전엔 과연 내가 진짜로 좋아질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었는데 회기를 거듭하면서 저의 생각이 바뀌고 불안이 줄어드는 것을 직접 체험해보니, 조금만 더 빨리 찾아왔었다면 20대 시절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고 그동안 방안에서 혼자 고민하던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이라도 때가 되어서 선생님들과 동기들을 만나게 된 건 저에게 큰 행운이었고, 사명감 갖고 열심히 치료해 임해주시던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며 피드백해주던 동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듭니다.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저처럼 혼자 오래 끙끙 앓지 마시고 이곳의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작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변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선생님들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분명 좋아지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