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아기, 청소년기 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아 낯선 사람들이 두렵고, 불안하고, 회피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을 했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웃고 떠들며 재밌게 노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그들 중 하나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잘 어울리고 싶지만 너무나도 그 상황이 두려운 모순 속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절망했습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껴 학업을 놓아버리고 방구석 폐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 지 오래되자 이 바닥같은 더러운 삶을 개선하고자 여러 상담기관, 우울증 관련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상담도 받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본질적인 대인관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단순히 상담을 통해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으며 약물을 통해 우울감을 떨어뜨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방안을 찾다가 우연히 ‘고려대 불안장애 상담센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등록 후, 첫 날 가자마자 ‘그래, 이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상적으로 뜬구름 잡는 느낌이 아니라 명확하게 논리적으로 왜 불안한지, 어떻게 불안을 마주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디에 집중할지 등등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하나둘씩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에 나아질 수 있다는 기분과 희망도 품게 되고 저 스스로의 감정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단지 이론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실제적으로 사람들 앞에서의 발표라던지 낯선 사람들에게 여러 사회적인 실험들을 행하는 것을 통해 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사회적인 상황 속에서 내가 편하고 괜찮다는 느낌을 머리가 아닌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점차 스스로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12주차동안 저의 변화를 떠올려보면 신기하고 웃길 정도로 바뀌었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고려대 상담센터’에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