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사진 올렸다가 비난 세례..'코로나 블루', 이제 심리방역이 필요하다

사례1# 직장인 ㄱ씨는 얼마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들과 함께 한 외식 사진을 올렸다가 댓글 세례를 받았다. 코로나 확산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겼다며 커뮤니티 회원들의 비난이 쇄도한 것이다. “누구는 외식하기 싫어서 집에만 있는줄 아나” “이런 사람때문에 코로나가 끝나지 않는다” 등등 날 선 댓글들이 이어졌다. ㄱ씨는 “확진자도 줄어들고 있고. 선물로 받은 식사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어쩔수 없이 외출을 한 것인데 날이 선 댓글들에 마음이 상했다”며 10년 가까이 활동한 커뮤니티 탈퇴를 고민했다고 하소연했다.

사례2#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과 활발히 소통하던 ㄴ씨는 얼마전 SNS 팔로워 중 절반 이상을 정리했다. 친밀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지침 등에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며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ㄴ씨는 “한동안 마스크 공급 문제로 분란이 생기더니 요즘은 지원금과 관련해 의견이 충돌하며 다툼이 되는 일이 많아졌다.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 의견이 맞지 않는 페친들은 멀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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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도 방법,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사례3# ㄷ씨는 얼마 전 스마트폰에 SNS앱을 삭제했다.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수시로 공유되며 불안과 스트레스가 커졌기 때문이다. ㄷ씨는 “마스크 관련 내용부터 특정지역과 집단에 대한 루머, 각종 음모론까지, 무차별적으로 공유되는 가짜뉴스때문에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며 “평소 가짜뉴스를 경계하던 지인들조차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단체대화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고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가짜뉴스는 온라인 피로를 가중시킨다. 특히 재난상황에서는 가짜뉴스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불안이 커질수록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심리때문이다.

최기홍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도한 정보 속에는 불안을 조장하는 요소가 많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수용자에게 스트레스와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접촉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대면 통로를 이용해 지속적 소통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심리학회에서는 SNS계정, 손편지, 메신져, 영상통화 등을 통해 가족과 지인들에게 안부묻기, 격려의 말 전하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걱정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도움을 주기 위해’, 혹은 ‘좋은 의도’였다 하더라도 수용자 입장에서는 준비 없이 충격적인 소식이나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게 되었을 때 심리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외면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온라인이나 SNS상에서 쏟아지는 미디어 정보를 모두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수시로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보다보면 심리적 자극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한 정보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보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은 정보가 오가는 대화방은 일시적으로 알람을 끄거나, 의식적으로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짜뉴스를 접했을 경우에는 그안에 다른 의도가 있을것이라 생각하기보다 흘려보내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최 교수는 “혼란스런 상황일수록 공신력 있는 정보에 귀를 기울일 것”을 강조하며 “현재 상황에서는 하루 한 두번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감염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 상황에서는 누구나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며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표정이나 목소리 등 비언어적 정보가 없어 부정적 의견이 더 크게 증폭돼 받아들일 수 있다. 서로 최대한 배려하고 조심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스트 코로나’…이제 심리 방역 힘써야 할 때

5월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총 1만780명으로 전날 대비 6명이 늘어났다. 코로나19 감염 신규 확진자는 지난 18일 18명으로 줄어든 이후 꾸준히 10명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확진자가 줄어들며 100일 넘게 우리를 뒤덮고 있던 공포와 긴장감도 사그라들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지친 마음을 살피고 심리 방역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확진자나 격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과 불안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확산된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보다 세심하게 정신 건강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반응은 원인이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장기적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2차 정서불안을 유도해 피해를 장기화할 수 있다.

한국임상심리학회(www.kcp.or.kr)에서는 감염병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두통·소화불량·어지러움·두근거림 증상, 과도한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인한 불면증, 불안과 화, 짜증이 지속되는 경우, 원치 않는 기억들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경우, 기운이 없고 무기력증이 계속되는 경우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격리자 및 일반인은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 확진자 및 가족은 국가트라우마센터(02-2204-0001~2)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심리학회 무료전화상담서비스(070-5067-2619, 2819, 5719), 카카오톡 채널 ‘코로나 심리상담’을 통해서도 전문 상담을 제공받을 수 있다.

최기홍 교수는 “재난의 한복판에서는 그 충격으로 인해 심리적 타격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상황이 진정되고 난 이후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가 우울한 감정이나 정서불안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며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제 국가적 차원의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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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00502120432336


출처 : 경향신문